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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인사이트[상법 개정 파헤치기]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우리 회사 신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P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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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즉,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은 회사와 주주’이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결정은 민주당이 발의를 한 상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으니 6월내에 통과, 발효되는 것은 기정사실인 셈. 그럼 앞으로는 신사업 등을 위한 사업 확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1. 기업이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그 존재의 본질적 이유다. 가장 쉽고 깔끔한 방법은 기존 시장에서 자기자본으로 투자해서 신제품 등을 통해 성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시장의 성장이 불투명해지거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수익성이 무너지는 경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2. 신시장 개척, 신성장동력 발굴 과정에는 큰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외부 투자를 받으면 회사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의결권을 제한하는 우선주 형태로 들여올 수도 있지만, 의무적 배당이나 여러 옵션 등이 붙어 있게 되어 대주주 입장에서 썩 내키는 방식인 것만은 아니고 발행 규모에도 여러 제약이 있다. 물론 대출이나 회사채 등을 통한 조달도 생각할 수 있지만 부채 비율 및 신용평가 등이 걱정될 수 있고, 이자 비용 부담도 큰 이슈가 된다. 


3. 창업자의 지분이 성장 과정에서 희석되더라도 그의 경영 철학과 시장 인사이트를 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복수의결권’ 같은 제도들이 미국 등에서는 비상장은 물론 상장사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상장 벤처기업의 경우 일정 조건 하에서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맡을 경우에는 복수의결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 투자자에 대한 경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제도 자체가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4.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일상적인 경영 의사 결정에도 이 조항이 큰 영향을 줄까? 당연히 판례가 쌓여야 확실해지겠지만, 어지간해서는 그럴 일 없을 것이다.

사람을 고용하고, 설비 등을 투자하고, 계약을 맺고, 가격을 결정하고, 불필요한 인력을 해고하는 등의 사항들에 대해 그 때마다 소액주주가 소송을 걸 수 있다면 기업은 당연히 못굴러갈테니. 소송의 천국 미국에서도 어지간하지 않고서는 이런 식의 소송은 발생하지 않는다.

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은 대주주 친화적 의사결정, 이해상충 거래, 그리고 M&A나 구조조정, 증자, 자회사 분할 및 합병 등이다. 즉,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신사업’ 이나 ‘신성장동력 발굴’ 과정에서 발생한다. 


5. 대주주 친화적 의사결정과 이해상충 거래는 이해하기 쉽다. 최근 고려아연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나 불투명한 내부 거래, 오너가 등 특수관계인 회사와의 거래 등은 상법이 개정되면 첫번째로 문제가 될 항목들이다.

비상장사는 어차피 주주협약이나 투자계약서 등으로 정돈이 되어 있을테니 문제 가능성이 적지만 상장사는 일반인 주주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거래는 이사회에게 얼마든지 문제제기가 가능한 사항들이고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라서 승인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내부거래나 특수관계자 거래, 통행세 형태의 거래 등은 공정위의 통제가 계속되고 있었기에 앞으로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경영권 분쟁시 자사주 매입은 복잡해질 수 있겠지만, 이것도 자주 있는 케이스는 아니니 역시 큰 문제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항목들은 회사의 ‘성장 추구’와는 상관없는 지엽적 이슈들이다. 


6. 가장 복잡해지는 것은 성장 동력 확보 과정에서 인수합병의 경우와 자회사 분할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몇 년간 개미 투자자들이 가장 열받아 했던 것도 핵심 신사업이 자회사 형태로 물적분할된 뒤 중복상장된 사례들이었으니까. 


7. 주력 산업 분야의 시장이 정체되었다고 하자. R&D 등으로 더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시장이 정체되어 투자 효율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면 우리는 신사업을 떠올리게 된다.

기존 사업을 들고 해외에 진출을 시도하기도 하고 (ex. 라면 업체들, 프랜차이즈 빵집 브랜드나 치킨 브랜드들) 연관된 분야에 진출하기도 하며, 더 과감하게는 연관성이 별로 없지만 잠재력이 높아 보이는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ex.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그런데 이런 ‘순수한 사업적 목적’에 따른 신사업들보다 후계구도에 유리하거나 경영권방어에 유리하거나, 기대 수익은 별로지만 리스크가 높지 않고 자본 희석 가능성이 낮아서 추진하는 신사업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 문제다.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신사업 목표가 ‘시장혁신’이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계, 경영권방어’ 등이 되다보니 뻔한 사업에 발을 걸치는 형태의 신사업들을 주로 추진해왔다. 이러니 시장 혁신자가 아니라 그냥 추종자가 되기 일쑤고, 당연히 선도 기업이 휘청거리면 뒤따르던 기업들은 더 많이 휘청거린다.

상법 개정 후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생긴다.  


  • 신사업의 자본 조달이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없이는 매우 어려워진다. (ex.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거의 불가)

  • 다수 계열사를 동원해서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ex. 계열사에 상장사가 있을 경우 인수 정당성 및 인수가, 지분 등에 대한 논란 가능성)

  • 신사업 추진의 사업적 논리와 근거를 보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 된다. (ex. 이사회내 ‘신사업 추진 위원회 설치’ 등)

  • 기존 소액 주주들에게 신사업에 대한 투자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ex. 현물배정형 분할 등) 


8. 간단히 하자면 신사업에 투자하는 목표와 방법이 지배구조 강화나 승계 목적, 대주주의 개인적 취향과 욕구, 지분 희석없는 자본 유치 등이 될 경우엔 과거처럼 쉽게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목적의 신사업들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리스크가 적은 추종적인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성장과 혁신이 실제 목표가 아닌데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추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충족하는 신사업들이 우선 순위를 가지게 된다. 


  • 충분한 ROE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당연히 리스크가 올라간다)
     
  • 투자금이 크게 들어가더라도 성공을 위한 확실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초기 투자금이 커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역시 리스크가 올라간다)

  • Joint Venture 또는 재무적 투자 유치, 유사 업체간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높아서 외부 투자금 확보가 가능한 사업

  • 스타트업 등 리스크를 감수할 선발대 역할 기업에 소액 투자를 통한 기회 탐색과 발굴이 가능한 사업 


9. 이 내용들을 읽다보면 기존 대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사업 투자가 매우 불편해진다’는 느낌이겠지만, 스타트업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굉장히 익숙한 느낌일 것이다. 스타트업은 사업 규모를 키울 때마다 지분을 주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투자사와 조율하고, 내가 경영권을 갖는다고 해도 들어온 투자자들에게 내 사업의 운영 방향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이나 대기업들은 어지간하면 별로 안해왔던 일이다. ‘내 회사인데 왜 남에게 설명하나?’ 라는 생각이 강했으니까.

이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남을 계속해서 ‘설득’하면서 신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당연히 사업 아이템이 더 매력도 높고 덤벼들 이유가 분명해야 이런 설득에 근거가 생긴다. 대기업이 투자자들에게조차 ‘슈퍼갑’으로 살던 시대가 끝난다는 의미다. 


10. 어느 정도의 ROE 가 나와야 가능해지느냐는 정답 없는 질문이지만, 예전처럼 주력 사업 옆에 뻔히 파악할 수 있는 유사한 사업을 붙여나가는 식으로는 더 이상 외부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ROE 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초대형 그룹사 몇 곳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신사업을 예전처럼 총수가 어느 날 갑자기 기획팀에게 ‘이거 검토해서 보고해’라는 식으로 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고, 기회 탐색과 진입 전략 수립에 훨씬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한다. 회사 내에 신사업 전문 인력들을 키워야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열린다. 

 

산업별로, 기업이 속한 맥락별로 구체적 전략은 매우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어 수박 겉만 핥다가 끝내서 아쉽지만, 기대 ROE가 높고, JV나 FI 와의 협업이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내부 역량의 확대가 절대적이라는 것 정도는 명확하게 지적할 수 있겠다. 


다음 글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상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상법은 주로 상장사에 해당되는 내용 아닐까 싶겠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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