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투자는 언제쯤 회복될까요?"
언제나 받는 질문이지만 특히나 다사다난했던 올해 상반기 내내 더 자주 듣는 이야기인 것 같다. 대선도 지났으니 여기에 관해 몇 가지 간단하게 (재미로) 적어보고자 한다.
1. 올해 유독 더 안 좋은 것은 맞다.
지금 스타트업 시장이 과도하게 냉각기인 것은 수치적으로도 맞다. 민가 투자 기준으로 2023년부터 해마다 20%씩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멘처 투자가 한 번 다운턴으로 바닥을 찍으면 전고점 이상으로 회복되는 데까지 보통 10여 년이 걸렸다. 물론 우리나라도 꼭 이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회복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건 틀림없어 보인다.
2. 가능성과 리스크가 혼재하는 상황
한 가지 기대하는 것은 새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공약처럼 주가를 5,000포인트까지 높여줄 지는 모르겠지만 집권 기간 동안 4,000포인트 수준까지만 올려도 지금 대비 70% 이상 상승이다.
연 평균 15%에 육박하는 수익률인데, 여기에 참전하려는 IPO 후보군을 발굴하려면 자연스럽게 초기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연간 40조 원을 투입한다는 건 공약보다는 일종의 '지향점'같은 느낌이기는 하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피크이던 2022년의 규모가 4조 원인데 여기서 10배를 더 한다는 건 주식시장 활성화는 당연하고 IPO의 정상화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쉽지는 않으니.
특히 후자에 관해서는 경제규모에 비해 '허수'가 많은 점이 걸림돌이다. 미국 증시 기준으로 NYSE와 NASDAQ를 합치면 총 5,400여개 사가 상장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2,700개 사가 상장되어 있다. 양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수치는 아닌 셈이다.
주가가 4,000포인트를 향한다고 해도 상장사 수를 급격히 늘릴 수는 없고, 부실 기업 상폐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곧 IPO를 통한 VC의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Exit이 안되는데 민간(그러니까 VC)이 투자할 리가 없고 결국은 투자시장 활성화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금융기관, 대기업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셈인데, 관치에 의해 투자시장이 왔다갔다 한다는게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즉, 가능성과 리스크 요인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주가와 투자 규모만 보고 낙관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전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3. 스타트업 시장에 관한 세 가지 전망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핵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의 증가다. AI, 재생에너지, 로컬 비즈니스, 문화산업 등에 대한 지원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민간 투자자들의 유입도 증가할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본질적으로 장기간에 리스크가 큰 투자다. 투자자 유입을 위해서는 이 시장이 성장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성장을 이끌 핵심 산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AI'라 함은 gpt같은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반도체,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로컬 비즈니스의 경우 추경에 의한 지역 상품권 확대의 혜택도 있을 것 같다.
계엄으로 비롯된 정치적 불확실성의 감소,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의 강화는 아마도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있다면 아마도 주식 시장이 3,000포인트까지는 갈 것 같다.
주식 시장의 활성화는 IPO 시장의 안정화를 불러오고, 이는 곧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의 확대로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간 40조 투자'가 일종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해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그나마 나아질 환경 정도는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 또한 늘어날 것 같다. 상법 개정 때문에 정부 눈치를 보는 것도 있겠지만 (1)에서 언급한 핵심 산업 분야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 M&A를 통한 Early exit이 본격화되는 셈.
더불어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될 여지가 줄어들테고, 이는 대기업들에게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기회 또한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첨단 기술들과 무관하지 않으니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M&A가 활성화 될 여지는 충분하다.
아마도 지방 활성화를 위한 자금도 투입될테니 지방 거점 대학에 관한 지원도 늘어날 것 같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도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될 것도 같고.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본다면 2025년 하반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최소한 작년보단 확실히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디 그렇게 되길 기도해본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 e-mail : bokyun.lee@pathfindernet.co.kr
- SNS : Facebook
"스타트업 투자는 언제쯤 회복될까요?"
언제나 받는 질문이지만 특히나 다사다난했던 올해 상반기 내내 더 자주 듣는 이야기인 것 같다. 대선도 지났으니 여기에 관해 몇 가지 간단하게 (재미로) 적어보고자 한다.
1. 올해 유독 더 안 좋은 것은 맞다.
지금 스타트업 시장이 과도하게 냉각기인 것은 수치적으로도 맞다. 민가 투자 기준으로 2023년부터 해마다 20%씩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멘처 투자가 한 번 다운턴으로 바닥을 찍으면 전고점 이상으로 회복되는 데까지 보통 10여 년이 걸렸다. 물론 우리나라도 꼭 이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회복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건 틀림없어 보인다.
2. 가능성과 리스크가 혼재하는 상황
한 가지 기대하는 것은 새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공약처럼 주가를 5,000포인트까지 높여줄 지는 모르겠지만 집권 기간 동안 4,000포인트 수준까지만 올려도 지금 대비 70% 이상 상승이다.
연 평균 15%에 육박하는 수익률인데, 여기에 참전하려는 IPO 후보군을 발굴하려면 자연스럽게 초기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연간 40조 원을 투입한다는 건 공약보다는 일종의 '지향점'같은 느낌이기는 하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피크이던 2022년의 규모가 4조 원인데 여기서 10배를 더 한다는 건 주식시장 활성화는 당연하고 IPO의 정상화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쉽지는 않으니.
특히 후자에 관해서는 경제규모에 비해 '허수'가 많은 점이 걸림돌이다. 미국 증시 기준으로 NYSE와 NASDAQ를 합치면 총 5,400여개 사가 상장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2,700개 사가 상장되어 있다. 양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수치는 아닌 셈이다.
주가가 4,000포인트를 향한다고 해도 상장사 수를 급격히 늘릴 수는 없고, 부실 기업 상폐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곧 IPO를 통한 VC의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Exit이 안되는데 민간(그러니까 VC)이 투자할 리가 없고 결국은 투자시장 활성화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금융기관, 대기업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셈인데, 관치에 의해 투자시장이 왔다갔다 한다는게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즉, 가능성과 리스크 요인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주가와 투자 규모만 보고 낙관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전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3. 스타트업 시장에 관한 세 가지 전망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은 핵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의 증가다. AI, 재생에너지, 로컬 비즈니스, 문화산업 등에 대한 지원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민간 투자자들의 유입도 증가할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본질적으로 장기간에 리스크가 큰 투자다. 투자자 유입을 위해서는 이 시장이 성장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성장을 이끌 핵심 산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AI'라 함은 gpt같은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반도체,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로컬 비즈니스의 경우 추경에 의한 지역 상품권 확대의 혜택도 있을 것 같다.
계엄으로 비롯된 정치적 불확실성의 감소,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의 강화는 아마도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있다면 아마도 주식 시장이 3,000포인트까지는 갈 것 같다.
주식 시장의 활성화는 IPO 시장의 안정화를 불러오고, 이는 곧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의 확대로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간 40조 투자'가 일종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해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그나마 나아질 환경 정도는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 또한 늘어날 것 같다. 상법 개정 때문에 정부 눈치를 보는 것도 있겠지만 (1)에서 언급한 핵심 산업 분야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 M&A를 통한 Early exit이 본격화되는 셈.
더불어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될 여지가 줄어들테고, 이는 대기업들에게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기회 또한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첨단 기술들과 무관하지 않으니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M&A가 활성화 될 여지는 충분하다.
아마도 지방 활성화를 위한 자금도 투입될테니 지방 거점 대학에 관한 지원도 늘어날 것 같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도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될 것도 같고.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본다면 2025년 하반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최소한 작년보단 확실히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디 그렇게 되길 기도해본다.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