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확대[𝐏𝐑𝐈𝐂𝐈𝐍𝐆]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5가지 가격 책정 전략들

스타트업이나 일반 기업들에 조언하다보면 '가격'이 고민일 때가 생각보다 많다. 가격이 다소 높은 것 같다는 의견을 드리면 아주 높은 확률로 '그럼 얼마까지 낮추면 될까요?'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쉽지 않은 이야기라 글로 다뤄보고자 한다.

가격을 낮춘다고 가정할 때 기준은 대략 아래와 같다.

• A. 원가 이상이되 마진을 약간 깎는 수준의 판매 
• B. 원가 수준의 판매: 유통업의 상품 매입가, 제조업의 제조원가
• C. 원가 이하의 판매: 유통업의 매입가 이하 판매, 제조업의 Material Cost
• D. 무료 판매
• E. 무료판매 & 별도의 구매 혜택 제공

A. 마진 축소 또는 B. 원가 수준의 판매

평소보다 마진을 약간 줄이는 건 물론이거니와 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건 사업하는 입장에선 큰 결심이고 그만큼 커다란 손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고객들은 이 정도 할인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 심지어 할인을 하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정가에 X표 치고 빨간 글씨로 '10% 할인' 띄워도 '또 저런다' 정도의 인상밖엔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나 작은 브랜드에게는 이런 할인은 제 살만 깎을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품/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나 신뢰도가 충분하지 않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는 옵션이다. 고객이 체감하고 인정해야 할인이다. 

C. 원가 이하의 판매

원가 이하의 재료비 수준으로 가격을 깎아서 팔겠다는 건 애초부터 적자가 정해진 판매를 하겠다는 뜻이다. 언뜻 말이 안되는 것 같은 이런 전략은 아래와 같은 맥락에서 선택한다.

•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사이클이 있는 산업(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산업)에서 경쟁사를 확실하게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경우
• 시장에 대규모 교란을 일으켜서 매출을 급격하게 높이려는 경우
• 설비의 회전율이 원가율보다 더 중요한 경우

예를 들어 D램 시장은 Commodity(원자재, 1차 상품, 미가공품)라는 특성상 재료비 정도만 건질 수 있다면 이런 형태의 판매를 지속했다. 출혈 경쟁 속에서 당연히 돈 많은 회사는 살아남았지만 나머지는 말라 죽는 모양새가 종종 나왔다.

제조업에서 설비 가동을 유지해야 할 때도 이런 전략을 택했고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이 초창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또한 이 전략 덕분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 소규모 업장을 가진 자영업자는 무턱대고 이런 가격 전략을 펼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종의 미끼상품 전략을 선택할 수는 있다.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의 가격을 극도로 낮추는 대신 원가율 좋은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전략인데, Bundling이나 Cross/Up-selling이 대표적이다. 개별 제품 단위가 아니라 전체 매출 원가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특히나 요즘같은 불황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전략이다.
 

D. 무료 판매 

마케팅 맥락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략이다. 특히나 트래픽이나 판매를 이끌어낼 미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트의 무료 시식부터 어플 무료 설치 등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요즘 '서울 3대 베이글' 중 하나로 꼽히는 '코끼리 베이글'이 성공한 전략이기도 하다. 초반에 손님이 너무 없어서, 근처 코스트코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 운전자들에게 무료로 베이글은 나눠줬다는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다.

이러한 형태의 마케팅과 가격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고객이 제품/서비스의 효용에 대해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베이글은 차 안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갓 만든 베이글은 또 얼마나 맛있나. 하지만 감자탕은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

두 번째 전제는 이렇게 느낀 효용이 구매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베이글 먹어본 사람들이 다음에 코스트코 가는 길에 코끼리 베이글에 방문하게 되는 셈이다.

온라인에서 'Conversion rate'라고도 하는, 인지에서 구매로 연결되는 이 과정을 구축하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단순히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이냐보다는 이런 전환 과정의 설계가 더욱 본질적인 가격 책정 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 무료 판매에 별도 혜택까지 주는 경우

무료 판매에 구매 혜택까지 제공하는 경우는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주로 '약정 판매'를 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통신사 약정처럼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이 매우 명확하고(휴대폰과 LTE) 고객은 '지연된 지불'을 하는 형태다.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인 셈이다.

C, D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개별 제품 단위의 원가, 그러니까 '이거 얼마에 팔까'를 고민해선 안 된다. 그보다는 전체 매출액 단위에서의 최적화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격 최적화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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