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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인사이트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치는 두 가지 전략적 이유

P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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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성장동력 발굴의 논리: 성장시장 VS 정체시장


신성장동력 발굴의 핵심은 '성장하는' 산업을 고르는 것이다. 이게 무슨 당연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당연한 것을 해내는 곳이 생각보다 잘 없다.

2010년 즈음 인텔은 드론과 자율주행에 많은 돈을 썼다. 앞서 언급한 성장성을 보고 한 선택이지만 불행히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야 급성장했고 자율주행은 부분적으로만 적용되었을 뿐, 아직도 기술적 성숙이 필요한 상황이다. 성장하는 시장과 타이밍, 속된 말로 '찍기'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성장동력 발굴에서 조금 더 어려운 케이스는 바로 정체된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다.

성장 산업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아닌 것이 판명된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난처한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된 자본이 크지는 않을테니 일찌감치 피봇을 시도하면 된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이렇게 틀기도 어렵다. 지금은 세가 많이 죽긴 했지만 그래도 한창 때의 두산이 맥주파는 회사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인수합병'이다. 


2. 기업이 인수합병을 하는 이유


인수합병은 원래는 새로운 '성장 시장'에 진입할 때의 대표적인 방법론이다. 그런데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의 인수합병은 무슨 뜻이냐면 '버티기'에 가깝다.

미국 항공업계는 주기적으로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것으로 매우 유명한 산업이다. 흑자기업들이 더 큰 성장을 위해 합치는 것이 아니라 적자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전략에 가까운데 항공노선이나 공항 슬롯같은 영업권리, 그리고 비행기와 관련 설비 등의 유형자산, 마일리지 프로그램 등등의 고객 장악력은 규모가 클수록 유리해진다.

인수합병으로 고정비가 분산되는 것은 물론(본사 건물이 여러 개일 필요도, 같은 부서가 여러 개일 필요도 없으니까), 매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구조조정 비용을 감내할 여지도 커진다. 그리고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해진다. 그들 입장에서는 협상의 대상과 대안이 줄어드는 셈이니까.

언뜻 의아해보이는 정체시장에서의 인수합병은 사실 이런 요인으로 벌어지는 셈이다.


3.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M&A에 대한 전망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치는 것 또한 이런 맥락과 유사하다. 합병 후에 부진한 영화관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율이 높아질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두 기업의 재무 현황을 살펴보면 이런 일반적인 시너지도 기대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인건비, 임대료(사용권상각), 용역비 등 변동비 중심의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합쳐봐야 앞서 언급한 고정비 분산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누릴 여지가 적고, 금융부채에 따른 이자비용도 꽤나 높다.

같은 정체산업이라도 미국 항공산업과는 분명 다르고 인수합병이 가져올 사업적인 이득에 관해서는 의문부호가 있다는 뜻이다.

양사의 재무 현황을 살펴보고 든 생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한 맥락은 아마도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는 금융부채의 압박을 줄이는 것. 운영 시너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적당한 빚을 지고 있을 때는 채권자의 압박에 시달리지만 부채의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커져버리면 채권자도 덜컥 겁이 나기 마련이다. 오히려 채무자에게 협상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채권단과 협상하기 위해 빚쟁이 둘이 합친 모양인 셈.

보유한 금융부채의 성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긴 해야겠지만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합병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시장의 과점을 강화함으로써 여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치면 결국 우리나라 영화관 체인은 2개 밖에 남지 않는다. 안그래도 극장산업이 위기라는데 둘 중 하나가 구조조정을 한다고 우는 소리를 내면 정부의 지원 등을 기대할 여지가 생긴다.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명분으로 정책 자금의 투입을 기대하거나 협상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것.

물론 정부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존 주주들에게 자본 투자를 더 요구하겠지만 어차피 합병된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간 합병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게 과연 좋은 선택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시장 혁신을 통한 성장 기회의 재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는 있겠지만..영화관 산업이 직면한 과제와 위기에 대한 해답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기업 뿐만이 아니라 기업이 몸담은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고, 그속에서 고객들에게는 어떤 가치를 줘야하는가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저 위기를 유예한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이복연 코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 University of Minnesota MBA
  • 한국 IBM 소프트웨어 마케팅, 삼성 SDI 마케팅 인텔리전스, 롯데 미래전략센터 수석
  • 저서
    -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 (2022)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2021)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0)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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